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배부른 돼지가 낫다

  질적 공리주의를 주장한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공리주의의 핵심은 '최대 다수, 최대 행복'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게 하는 선택이 도덕적이라는 뜻이다. 양적 공리주의의 창시자 '제러미 벤담'은 행복을 질이 아닌 양으로만 평가하였다. 즉, 글을 쓸거나 음악을 작곡할 때의 행복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잘 때의 행복을 같은 것으로 치부해버렸다. 그런데 밀의 생각은 달랐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푹 쉴 때의 행복보다 글을 쓰고 음악을 작곡할 때의 행복이 더 질이 높은 고상한 행복이고 우리는 질 높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밀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명언을 남긴 것이다. 이 말에도 일리는 있지만 현재 너무 많은 사람이 지나치게 질 높은 행복만 추구하려다 보니 오히려 불행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문제는 지나치게 질 높은 행복만 추구하다 보니 자신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행위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비슷한 정도의 양이라면 가능하다면 질 높은 행복을 추구하는 게 좋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게임을 하는 등의 수준 낮은 행복은 금방 사라져 버리지만 글을 쓰거나 음악을 작곡할 때의 행복은 장기적으로 지속되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남들이 보기에 수준 높고 교양 있어 보이는 행동을 추구하다 보니 진심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하고 불행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최신 유행하는 소설을 읽는 사람보다 두꺼운 고전 소설을 읽는 사람이 더 교양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자기가 읽고 싶지도 않은 책을 억지로 읽고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은 읽지 않는 불합리한 행동을 한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얼마나 수준 높은 삶을 살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느냐이다. 자기가 진정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면 남들이 뭐라고 말하든 그냥 즐기면 된다. 남들이 말하는 질 높은 행복을 추구하려고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행동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행복이다. 아무리 고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도 불행하면 실패한 삶을 산 것이고 수준 낮은 삶을 산 사람이라도 본인만 만족하면서 살았다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인생의 목적지는 행복이고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개가 있다. 고전 소설을 읽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최신 유행하는 소설을 읽으며 행복해질 수도 있다. 행복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어떤 수단을 사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는 무수히 많은 업적을 남기며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과연 그가 배부른 돼지보다 행복하게 살았을까? 배부른 돼지는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은 돼지일 뿐이지만 그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본인이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자기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은 끊임없이 바뀐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기를 행복하게 해주는 수단은 바뀔 수 있다. 예전에는 최신 유행하는 소설을 읽는 걸 좋아했던 사람이 나중에는 고전 소설을 즐겨 읽게 될 수도 있고, 대중가요를 좋아하던 사람이 나중에는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끊임없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이 바뀌었는데도 예전에 최신 유행하는 소설을 좋아했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최신 유행하는 소설만 읽는다. 대중가요에 질린 사람은 다른 음악을 들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대중가요만 듣는다. 이런 사람은 매 순간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을 성찰하여 자기 취향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발견하고, 자기를 가장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수단을 찾아 즐기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