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 연휴 기간 동안 집에서 영화를 많이 봤다. 인터넷에서 평점이나 리뷰를 보고 괜찮을 것 같은 영화를 위주로 봤는데 평점이 높고 반응이 좋은 작품인데도 내가 보기에는 지루하기만 하고 재미없고 반대로 평점이 낮고 반응이 안 좋은 작품인데도 내가 보기에는 재밌는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건 막연하게 취향 차이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이것이 아담 스미스의 경제학과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담 스미스는 상품의 가격은 투입된 노동력의 양에 비례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어떤 작품의 예술성이 높을수록 창작자는 그 작품을 만드는 데 큰 노동력을 투입했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예술성이 높은 작품을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 작품의 예술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안목이 없어서 그 작품이 만들어지는 데 얼마나 큰 노동력이 투입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평론가들이 높게 평가하는데 대중에게는 인기 없는 작품이 존재하는 것이다.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는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 데 투입된 노동력의 양에 따라 그 상품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주장하였고 또 다른 경제학자 칼 마르크스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였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예시는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이다. 물은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훨씬 가격이 높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물은 너무 흔해서 생산하는 데 노동력이 거의 투입되지 않지만 다이아몬드는 흔치 않아서 생산하는 데 훨씬 더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상품이 생산되는 데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었는지를 보고 그 상품에 그만한 가치를 지불하려고 한다. 그래서 사용 가치는 거의 없는 다이아몬드가 사용 가치가 훨씬 더 높은 물보다 가격이 비싼 것이다.
평점이 높은데도 재미없는 영화가 존재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그 작품을 평가할 때, 오락성보다는 예술성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그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나 그 작품이 의미하는 바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작품의 예술성이 높을수록 창작자가 그 작품을 만드는 데 더 많은 노동력을 투입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평론가들은 예술성이 높은 작품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그 작품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나 의미와 같은 예술적인 요소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락성이 높은 작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예술성이 높은 작품이라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큰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그래서 평점이 높은데도 재미없는 작품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 같은 일반인이라도 예술성을 보는 안목이 남들보다 약간이라도 더 넓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평론가가 아닌 일반인이 작품을 평가할 때도 의견이 갈리는 것이다.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아무리 대단한 작품이라도 그것을 이해할 안목이 없는 사람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예술작품을 보는 안목이 있는 평론가는 예술성이 높은 작품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런 안목이 없는 대중은 예술성보다는 오락성이 높은 작품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된 극단적인 예시는 미술관에 존재하는 예술작품들이다. 미술관의 예술작품들은 모두 예술성이 높아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왔다. 미술관의 작품들은 모두 탄생하게 된 배경이나 의미하는 바가 있다. 이런 요소들을 보는 안목이 있는 예술가들은 이런 예술 작품들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높은 가격에 예술 작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안목이 없는 대중은 왜 이런 작품이 그렇게 높은 가치를 지니는지 알지 못하고 그것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구매하는 예술가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예술성이 높은 작품보다는 별생각 없이 봐도 보기 좋은 물건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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