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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재밌는 지식들

BMI와 건강보험이 만나면? - 웰니스 프로그램이 가진 놀라운 파괴력

by 어쨌든 독서가 2022.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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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비만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척도 중 하나가 'BMI'이다. BMI는 간단한 방법으로 비만 정도를 손쉽게 측정할 수 있어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BMI는 건강에 핵심적인 요소인 지방량이나 근육량은 배제한 체 대략적으로 구한 값이라서 종종 황당한 값을 도출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엉터리 지표가 미국의 건강보험인 '웰니스 프로그램'과 만나면서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부터 BMI와 웰니스 프로그램이 우리 삶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BMI(체질량 지수)는 자신의 몸무게(kg)를 자신의 키(m)로 나눈 값이다. BMI는 기계를 이용해 정확하게 측정한 값이 아니라 간단한 방법으로 구한 값이라서 정확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쉽게 측정할 수 있는 값이 키와 몸무게만으로 간단히 측정할 수 있어서 개인의 비만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BMI는 그 명성에 비해 정확도가 낮은 척도로 악명이 높기도 하다. BMI는 200여 년 전 벨기에의 수학자, 랑베르 아돌프 자크 케틀레가 고안한 공식에 기초하여 만들어졌다. 그는 대규모 인구집단의 비만 정도를 측정하는 쉬운 공식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러나 문제는 케틀레는 과학자도 의사도 아니라서 건강이나 인체에는 문외한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BMI는 얼추 들어맞는 경우도 많지만 건강 판단에 중요한 요소인 근육량과 지방량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종종 개인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황당한 값을 도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BMI를 측정했을 때, 여성은 과체중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평생 결혼을 1.4회 하고 자녀를 2.4명 낳는 '평균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은 근육보다 무게가 덜 나가기 때문에 단단한 몸매를 가진 운동선수도 때로는 BMI 수치가 높게 나온다. NBA 소속으로 세계 최고의 농구 선수라고 평가받는 르브론 제임스도 BMI 기준에 따르면 과체중에 해당한다.

  BMI의 파괴력을 가장 크게 실감할 수 있는 분야는 미국의 건강보험이다. 미국의 기업들이 건강보험을 빠르게 도입하기 시작한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 절정에 달했던 1943년이었다. 그 당시 미국에서는 노동자 한 명, 군인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때 국세청은 고용주가 부담하는 건강보험에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세법을 수정했다. 당시 미국 노동자 중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 노동자는 단 9%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용주가 부담하던 건강보험료가 비과세로 지정되자, 그들은 가뜩이나 힘든 구인시장에서 노동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건강보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로부터 10년도 지나지 않아 미국인의 65%가 건강 보험을 제공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강제성'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엉터리 지표인 BMI와 만나면서 그 파괴력은 훨씬 강력해졌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건강보험 프로그램의 이름은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에 대한 야심 찬 건강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직원에게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식으로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타이어 제조사인 미쉐린은 혈압, 포도당 수치, 콜레스테롤 수치, 중성지방 수치, 허리둘레까지 수많은 기준들에 대한 직원 목표치를 정해놓고 이중 최소 3가지 항목에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건강보험료를 연 1000달러씩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웰니스 프로그램은 본래 의도와는 달리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을 해치고, 기업들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주는 부당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태생적으로 결함이 있는 척도인 BMI를 기준으로 직원들로 하여금 자기가 마음대로 정한 이상적인 기준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은 명백히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60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한 웰니스 산업은 뚜렷한 근거를 내놓지도 못하면서 업계의 성공을 업계의 성공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건강 혜택 검토 프로그램의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기업들의 웰니스 프로그램은 직원들의 혈압이나 혈당 혹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전혀 낮추지 못했다. 설령 그런 식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했더라도 대부분은 금방 요요 현상을 겪고 예전 체중으로 돌아갔다. 기업들이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얻는 이득은 대부분 직원들에게 부과한 건강보험료에서 나오고 있다.

  이 사례를 보면 잘못된 지표나 기준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얼마나 위험한 지 느낄 수 있다. 웰니스 프로그램은 매우 선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아무도 악의적인 목적으로 이런 사건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BMI라는 엉터리 지표와 건강보험 프로그램이 만나면서 수많은 인구에게 피해를 주는 무시무시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또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기업들의 태도도 매우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프로그램을 계획하기 이전에 사전 조사를 꼼꼼히 해서 이런 피해를 미리 예방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사익보다는 공익을 위해 앞장서는 태도를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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