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할 때든 좋아하는 노래를 다운로드할 때든 심심치 않게 드는 의문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고르고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고르고 있을까?' 아무리 다른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것이라도 내게 좋지 않으면 구매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기 없어도 나에게만 좋으면 그것은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다. 그런데 구매하기 전 시점에는 무엇이 좋은 지도 알 수 없고, 까다롭게 따져가며 고르기도 귀찮고, 괜히 특이한 걸 고르면 낭패만 볼 수도 있으니 비교적 편리하고, 무난한 선택지인 인기 있는 것을 고르곤 한다. 많은 쇼핑몰이나 음원 사이트에서 각 상품들을 전부 인기 순위에 따라 별점을 매겨 놓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의문을 가진 한 과학자가 한 실험을 진행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스페인의 네트워크 과학자, '마누엘 세브리안과 그의 연구팀은 사람들이 적합성이 높은 상품을 좋아할지, 인기도가 높은 상품을 좋아할지 알아보기 위해 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은 적합성에서 체계적으로 인기도를 분리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이를 노래 인기 순위에 적용해봤다. 그들은 각 노래의 자연스러운 경로와 10대의 곡 선택 행위를 이용해 데이터에 이들이 남긴 발자취를 추적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집단적 역동성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아보는 식으로 각 노래의 적합도를 수치화했다.
가장 다운로드 횟수가 적은 곡의 적합성은 0.33이었다. 반면 인기 차트에서 2위를 기록했던 '백작 따라'는 0.43이라는 적합성을 기록했다. 가장 인기 있었던 곡인 '그녀가 말했네'는 0.54라는 적합성을 기록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들처럼 노래에 인기 순위를 매겼더니 10대들이 노래를 다운로드한 횟수는 총 5000회에 그쳤다. 같은 수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적합성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목록을 보여주었더니 무려 7만 회나 다운로드하였다. 이는 무려 40퍼센트나 증가한 수치로서 인기도보다는 적합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즉, 10대들은 단순히 인기 있는 노래가 아니라 마음에 드는 곡을 다운로드할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실험도 있다. 댜슌 왕은 박사학위를 딴 후, IBM에 합류했고, 책을 구매할 때 주로 작동하는 집단 역학으로부터 각 상품의 적합성을 분리해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참여했다. 그리고 그는 17년에 걸쳐 아마존에 축적된 평가 자료 2800만 건을 이용하여 상품의 적합성과 인기도 간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런데 굉장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상품을 평가한 횟수가 많을수록 별점은 그 상품의 적합성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졌다. 즉, 평가가 많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사용 경험과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별점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 가장 의미 있는 별점은 아직 아무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내려진 평가인 첫 번째 별점이다.
우리는 어떤 상품을 구매할 때 낭패를 보고 싶지 않아서 다른 사람이 작성한 평가나 리뷰를 많이 참고하곤 한다. 그리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서 구매 버튼을 누르려고 했는데 별점이 안 좋거나 평가가 몇 개 없으면 구매를 취소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상품평이나 별점이 실제 구매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은 조금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오직 첫 번째 별점만 참고하고, 평가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괜찮다고 생각되는 상품은 구매하는 식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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