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인류의 구세주가 될 수 있는 줄기세포의 존재는 역사상 최악의 무기인 원자폭탄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약 2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폭발 생존자들조차도 대부분 방사능에 노출되어서 골수의 세포 재생능력이 상실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은 앞으로 또다시 닥칠지도 모르는 핵전쟁에 대비하여 치명적인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들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발견된 것이 줄기세포이다.
캐나다의 연구원, 제임스 틸과 어니스트 맥컬러프는 1961년에 줄기세포가 골수와 비장에 존재한다는 사실과 이 세포들이 혈액 세포를 재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적절한 시기에 줄기세포를 주입할 경우 치사량의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현재 그들의 연구 성과는 조혈모세포 이식에도 활용되고 있다. 많은 암 환자는 암 치료 과정에서 혹독한 화학 요법과 고농도의 방사능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화학 요법과 방사능 요법은 암세포를 제거하지만 골수에 있는 건강한 줄기세포도 함께 파괴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갖고 있다. 줄기세포가 없으면 암환자들의 면역 체계가 무너져서 작은 감염으로도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이럴 때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를 암환자의 골수에 이식하면 환자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이식된 조혈모 세포는 환자의 골수 안에서 융합되고, 면역 체계를 재구성할 수 있다.
우리 몸에는 무려 37조 2000억 개의 세포가 존재하지만 그중 줄기세포의 비율은 고작 0.002퍼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건강하게 회복시킬 수 있는 큰 영향력을 가진 중요한 세포다. 줄기세포들은 죽거나 낡아서 못 쓰게 된 세포들을 고치고, 바꾸고, 재생한다. 우리 몸에 상처나 병이 생길 때마다 줄기세포들이 병을 치료하고 상처를 치유한다. 이렇게나 중요한 세포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무기인 원자폭탄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조금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이런 사건을 보면 아무리 끔찍한 비극이라도 그 속에 작은 희망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위 글은 윌리엄 리의 책,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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