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선택설을 주장한 위대한 과학자, 찰스 다윈은 자연에서 야생동물들이 벌이는 경쟁으로 인해 그들이 항상 이로운 쪽으로 진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진 동물들이 서로 생존 경쟁을 하다 보면 가장 살아남기 유리한 특성을 지닌 개체들만 살아남고 그 특성이 유전되어 결국에는 항상 그들에게 이로운 쪽으로 진화가 일어난다. 그런데 이런 다윈의 이론에 반기를 드는 동물이 하나 있다. 그것은 키 120센티미터에 몸무게는 60킬로그램이 넘는 엘크 수컷이 지닌 뿔이다. 그들은 거추장스러운 뿔 때문에 나무가 빽빽한 지역에서 재빠르게 움직이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왜 이들에게는 작은 뿔을 선호하는 자연선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일까?
다윈은 엘크 수컷이 뿔을 갖고 있는 이유는 엘크가 일처다부의 속성을 지닌 종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컷들은 거대한 뿔을 통해 암컷을 유혹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컷들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왔고, 더 큰 뿔을 만드는 돌연변이가 빠르게 퍼진 것이다. 작은 뿔을 가진 수컷은 포식자로부터 도망칠 때 유리해지겠지만 자기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할 기회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작은 뿔을 가진 엘크의 유전자는 다음 세대로 전해지지 못하고 큰 뿔을 가진 엘크의 유전자만 계속해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다 보니 오늘날과 같은 결과에 이른 것이다.
만약 모든 엘크 수컷의 뿔이 지금보다 작았다면 종으로서의 엘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번성했을 것이다. 다른 엘크 수컷들도 모두 뿔이 작으니 자신도 뿔을 키우지 않아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수 있고,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기에는 더 유리해질 테니 말이다. 이처럼 집단 내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다 보니 비효율이 발생하는 현상은 인간 사회에서도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군비 확장 경쟁과 매우 유사하다.
군비 확장 경쟁도 모든 국가가 서로 경쟁하다 보니 발생한 비효율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군사 무기를 비축하는 경쟁은 매우 큰 비효율을 낳는다. 국가의 세금 중 전부를 무기에 쏟아부었다가는 국민들 모두가 굶어 죽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모든 국가는 어쩔 수 없이 군비를 확장할 수밖에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엘크 수컷도 큰 뿔을 갖는 게 비효율적이지만 다른 수컷과 경쟁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뿔을 계속해서 키워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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