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왜 다시 아날로그 메모인가?
영화 제작사, 픽사의 첫 번째 영화인 '토이 스토리'는 최초로 100% CG로만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다. 처음 이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컴퓨터 성능이 좋지 않아 이 영화를 전부 만들기 위해 여러 대의 컴퓨터를 동시에 가동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컴퓨터 기술이 급격히 좋아져 토이스토리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데 토이스토리를 한 번 재생하는 시간보다도 적게 걸린다.
최근에는 IT기술이 발달되고 보편화되어 모든 사람의 주머니 속에는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의 슈퍼 컴퓨터가 하나씩 들어가 있다. 많은 사람은 이런 최신 기술을 이용하여 메모의 속도를 높이고 정보를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전처럼 정보를 모두 수첩에 적으려면 글씨 쓰는 것도 오래 걸리는 데다 까딱 잘못하면 수첩을 잃어버려서 그동안 저장해놓았던 정보들이 모두 날아가버릴 수 있다. 하지만 최신 기술을 이용하면 글씨 쓰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데다가 정보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면 기기를 잃어버려도 언제 어디서나 저장해놓은 정보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메모의 편리성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에는 장점만 있을까? 지금 이 시점에 아날로그 메모로 돌아가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는 책을 소개하겠다.
사이토 다카시의 책 <메모의 재발견>에서는 아날로그 메모를 하면 뇌의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손으로 메모를 하다 보면 컴퓨터에 문자를 입력할 때보다 뇌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데 뇌는 힘들게 입력한 정보일수록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아날로그 메모에서는 어디로든 움직이면서 단어끼리 선을 긋거나 도표를 곁들이는 등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디지털 메모보다 메모하기에 용이하다.
<메모의 재발견>은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아날로그 메모를 통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메모를 할 수 있는지를 실례를 들어가며 알려주는 책이다.
많은 사람이 귀찮다는 이유로 메모를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메모를 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엄청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이 책에는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메모를 할 수 있고 그 메모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실례를 들어가며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면 일상생활에서 매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경쟁력을 높여 주는 메모 습관의 힘
메모를 함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정보 흡수도 증가, 업무 능력 향상, 실수와 오류 감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가능, 효율적인 시간 활용으로 요약된다.
메모의 첫 번째 이점은 정보 흡수도 증가이다. 정보를 흡수하는 정도는 우리가 그 일에 얼마나 의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메모를 하다 보면 자동적으로 의욕적인 자세가 갖추어져 정보의 흡수도가 증가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원리로 상대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기 위해 메모를 활용할 수 있다.
메모를 할 때는 객관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그것을 접했을 때의 나의 느낌과 인상도 동시에 기록해두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나를 둘러싼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 사이의 연결고리가 생기는데 이것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자각하게 해 준다.
메모의 두 번째 이점은 업무 능력 향상이다. 메모를 통해 유능한 사람들의 노하우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업무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저 사람은 왜 일을 잘할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을 관찰해 노트에 기록해보자. 롤모델로 삼은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 되려면 앞으로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는지 마치 트레이닝 매뉴얼을 짜듯이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수많은 경험에서 비롯된 타인의 노하우를 자신의 언어로 기록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노하우를 파악하는 나름의 관점이 확립되고 메모가 점점 쉬워진다.
메모의 세 번째 이점은 실수와 오류의 감소이다. 실수를 줄이려면 일단 내가 실수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습관을 고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실수의 원인과 대처법을 스스로 써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루 중에 단 5분이라도 자기 평가 노트를 쓰는 시간을 가져보자. 동료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문제점과 과제를 알게 되면 그 내용을 메모해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두면 좋다.
메모의 네 번째 이점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적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문제점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로 인해 문제가 발생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피드백을 받을 때, 서로 악의를 갖고 하는 말이 아니라 그저 개선해야 할 점을 짚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때 메모를 활용하면 좋다. 문제점을 그냥 듣고 끝낼 것이 아니라 메모로 정리해두면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문자는 객관성을 가졌기 때문에 메모를 하면 뭔가 지적받는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하나의 과제가 주어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메모의 마지막 이점은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메모를 함으로써 자신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기록하다 보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일이 끝난 후, 아직 일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을 때 단 10분이라도 좋으니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시간이 흐를수록 잊어버린 내용을 다시 생각해내려면 전보다 몇 배는 에너지가 소모되고 이런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면 열정이 식으면서 기억이 조금씩 흐려져 가기 때문이다.
메모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고민의 깊이를 보여주는 소중한 재산이다. 평소에 조금씩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다 보면 어느새 쌓여있는 메모를 보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적을 것인가
메모 노트를 활용하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노트에 이름을 붙여보자. 아무 이름 없는 노트를 쓸 때보다 '차곡차곡 노트' '끄적끄적 노트' 등 노트에 자기가 직접 지은 이름을 붙일 때 더 애착이 가서 메모하는 습관을 더 효과적으로 들일 수 있다.
둘째로 노트의 페이지 맨 위에 제목을 적으면 좋다. 노트는 보통 페이지 윗부분의 공간이 넓은데 그 공간에 페이지마다 제목을 써넣어보자. 일단 페이지 맨 위에 제목을 적으면 그 밑으로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조금씩 가닥이 잡힐 것이다. 또 제목을 붙여 하나의 과제로 인식하게 되면 보다 많은 내용을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다.
셋째는 삼색 볼펜을 활용하는 것이다. 내용을 셋으로 나누는 것은 인간의 두뇌가 기억하기에 가장 적합한 분류 방법이다. 너무 많이 분류하면 복잡하기만 하고 나중에 수습이 안 될 수 있지만 내용을 딱 셋으로 나누고 각각에 특정한 색을 입히면 훨씬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이제부터 아주 중요한 내용은 빨간색, 어느 정도 중요한 내용은 파란색, 개인적으로 흥미롭다고 생각한 내용은 초록색과 같이 자신만의 색을 정해서 메모에 활용해보자.
넷째는 도식화하는 것이다. 글자 대신 그림이나 표를 그려 넣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이어지는 생각을 도표로 만들다 보면 마치 게임을 하듯 재미있으면서도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문제점을 분석할 수 있다. 이런 도표 외에도 말풍선을 활용해 질문이나 의견, 감상 등을 적어보는 식으로 메모에 재미를 더할 수 있다.
다섯째는 포인트는 세 가지로 정리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든 뭐든 세 가지로 정리하는 것은 인간의 두뇌가 기억하기에 적합한 방식이다. 따라서 어떤 내용을 완전히 기억하기보다는 그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포인트를 세 가지만 골라서 외워보려고 노력해보자.
여섯째는 날짜를 적는 것이다. 메모에 날짜를 써 두면 메모는 그대로 내가 살아온 기록이 된다. 가끔 들춰 볼 때면 마음의 변화나 성장이 엿보여서 재밌기도 하고 자신의 변화나 성장을 확인하는 일은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아직 메모 습관을 들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카페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집에 돌아와서 긴장이 풀린 뒤에는 좀처럼 업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퇴근 직후라면 아직 업무 모드이기 때문에 평가 노트를 쓰기가 훨씬 수월하다. 또 메모해 두고자 하는 내용이 딱히 없더라도 카페에서 노트를 펼치면 뭔가 쓰고 싶은 내용이 생각나게 된다.
일의 결과를 바꾸는 메모의 기술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메모는 절차 노트와 회의 노트가 있다.
절차 노트는 업무상 마주치는 작업에 어떤 의미가 있고 이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이며 어떤 흐름으로 일이 진행되는지 한 번에 쭉 훑어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때 설명만이 아닌 그림이나 표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정보를 글과 도표로 나타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차츰 관리자로서의 자질이 길러진다. 남을 이끄는 사람에게는 전체를 내다볼 줄 아는 관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각 구성원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구조적으로 표현해 내는 능력은 결국 관리자의 역량을 이어지게 된다.
일의 절차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일에 대한 설명을 잘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의 구조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때 단순히 일의 순서나 방법을 메모하는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말로 설명되지 않는 업무 시스템 속 절차까지도 관찰을 통해 끄집어내고 함께 메모하는 게 좋다. 이때 현장 담당자가 느낀 문제의식을 적어 넣거나 삼색 볼펜을 활용하면 좋다.
단순히 후임자에게 매뉴얼을 건네주는 것만으로는 효율적인 인수인계가 될 수 없다. 매뉴얼에는 업무의 절차가 적혀 있지만 오히려 여기에 적혀 있지 않은 부분이 업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회의 노트를 작성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참석자들의 자리 배치를 도표로 나타낸다. 누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면 된다. 그 아래에 각각의 발언 내용을 쭉 메모한다. 이때 참석자들의 말 하나하나를 모두 자세히 적을 필요는 없다. 키워드만 들어가면 된다. 마지막으로 삼색 볼펜을 활용해서 메모하면 그런 발언이나 발언 내용의 부족한 부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자신도 명확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노트에 빨간색으로 생각이나 제안을 메모해두자. 만일 빨간색으로 쓴 내용이 전혀 없다면 회의 중 "그럼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요?" "지금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뭘까요?"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져 회의 내용을 보충할 수 있다.
나중에 메모를 살펴보면서 키워드끼리의 관련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생각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토 씨와 다나카 씨의 의견은 비슷하네. 그렇다면 이 둘의 절충안은 어떨까?' 하는 식으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
지금까지 메모의 재발견 중 3장까지의 내용을 살펴봤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효율적인 메모를 하는 기술과 메모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최근 IT기술이 발달하면서 주머니에서 스마트폰만 꺼내면 언제 어디서든지 편리하게 메모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디지털 메모가 아날로그 메모에 비해 갖는 한계점은 명확하다. 그런데 많은 현대인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디지털 메모만 선호하다 보니 메모가 주는 수많은 이점들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다. <메모의 재발견>은 이런 사실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지적하고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메모할 수 있는지를 저자의 경험과 함께 알려주고 있다.
디지털 메모는 편리하긴 하지만 효율적이지 못하고 아날로그 메모는 효율적이지만 편리하지 못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최근 사람들은 너무 편리성만 강조하다 보니, 아날로그가 주는 이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한계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디지털 메모도 아날로그 메모가 갖지 못한 이점을 많이 갖고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는 편리성 또는 효율성 중 하나만 지나치게 추구하지 말고 두 가지 방법을 적절히 혼합하여 사용하는 식으로 두 가지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날로그 메모의 중요성을 알고 싶은 사람,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 메모를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 사람,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 사람에게 사이토 다카시의 책 <메모의 재발견>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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