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 팩트로 승부할 수 있을까?
최근 뉴스와 소셜 미디어에서는 진실된 정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조작된 허위 정보와 자극적인 기사들 뿐이고 누가 봐도 거짓 정보임이 분명한 글이 엄청난 조회수를 자랑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런 사회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진실의 힘을 믿는 사람들은 다 어디 간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진실은 애초에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없다. 진실을 말하면 사람들은 저절로 모일 거라고 생각한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이다.
1975년, 스탠퍼드 대학교는 사람들이 자신이 틀렸다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 앞에서도 불합리한 견해를 고수한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이후 수백 개의 연구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배치되는 사실과 마주했을 때에도 자신의 입장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간의 뇌는 진실을 선호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인간의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우리의 뇌는 자기 견해와 모순되는 사실을 마주하면 무의식적으로 거부한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강화하고 입증해주는 자료만을 골라 받아들이고 자기 입장을 고수한다.
블로거들을 봐도 그렇다. 블로거들이 자기 블로그의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조회수가 잘 나올만한 키워드를 찾아서 자극적인 포스팅을 작성하는 방법이 있다. 내용의 사실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것은 언뜻 불합리해 보이지만 이것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작성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것은 사실이다.
리 하틀리 카터의 책,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는 단순히 팩트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기 어렵다고 말한다.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따라서 '좋은 제품', '좋은 회사'만으로 설득이 먹혀들 것이라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비합리적이다, 단순히 통계나 연구 결과를 들이미는 것만으로는 그들의 진실된 반응을 이끌어내고 그들의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없다.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원리에 의거하여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1장에서는 의사소통을 시작하기에 앞서 목표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명확한 목표 없이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어떤 일을 할 때든 그 일에 있어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할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명확한 목표는 초점을 정확히 맞춰주어 자기가 하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람들은 자기 일에 확신이 없는 사람보다는 명확한 비전을 가진 사람들을 따르게 마련이다. 어떤 일을 하든 협력을 하지 않으면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대부분의 목표, 특히 사업 목표는 협력이 있어야만 성공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성공한 사업가, 스티브 잡스는 까칠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보통 그렇게 성격이 안 좋은 사람에게는 사람이 따르지 않아 망하기 쉬울 텐데 스티브 잡스는 몇 번의 실패가 있었음에도 끝까지 그를 따르는 직원들이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그가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팩트가 아닌 스토리로 상대를 움직여라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단 몇 초만에 첫인상을 결정한다. 첫인상은 순식간에 만들어지지만 한 번 형성된 첫인상은 앞으로의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이미 굳어진 첫인상을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다.
자신에 대한 잘못된 첫인상을 가진 사람을 설득하려면 자신의 스토리를 전달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특유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겠다. 보드카를 설명하는 데 수제라는 말을 이용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부정적이었다. 소비자들은 보드카 브랜드에서 그 말이 진실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수제라는 말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대단히 예민하게 반응했다. 소비자들은 수제라는 말을 쓰려면 제품이 정말로 수제여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소비자에게 공장의 품질과 그들이 어떻게 최초의 프리미엄 보드카가 되었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람들이 수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 뒤에 스토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품질 그리고 상당한 정도의 진정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자신의 제품과 관련된 스토리를 보여주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가
사람들이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 알려면 그들에게 공감해야 한다. 그들에게 공감하려면 판단과 비판은 제거하고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감은 그들의 감정, 가치, 행동에 무조건 동의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당신의 세상을 그들의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기꺼이 자신의 판단을 보류한다는 의미다.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그들이 생산적인 핵심 감정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 그 방법은 변화의 삼각형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람이 설득당하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은 방어, 억제 감정, 핵심 감정 세 가지로 나뉜다. 방어란 감정을 회피하는 모든 행위로 방어적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을 설득하기는 불가능하다. 억제 감정이란 불안, 수치심, 죄책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 감정을 느끼는 사람 역시 설득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핵심 감정은 진정한 자아의 솔직한 상태로 이 감정의 예로는 침착함, 호기심, 연대감, 연민, 자신감, 용기, 명료함 등이 있다. 이런 핵심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설득할 수 있다.
변화의 삼각형의 각 꼭짓점은 각각 방어, 억제 감정, 핵심 감정에 해당된다. 고객이 마음의 평정을 잃었다면 당신이나 그들이 변화의 삼각형 내 어디에 있는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이후 평화, 균형감, 해법으로 가는 지표를 제시하는 핵심 감정에 이를 때까지 시계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안티까지 내 편으로 만드는 법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안티는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 누가 옳고 그른지 밝히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와 손해만 남긴다. 그보다는 각자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왜 그런지 서로 이야기하는 좋다.
그 방법은 총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로 상대방이 당신의 제품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정확히 얼마만큼 더 가야 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다음으로 공통의 가치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대신에 이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다. 그리고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다음으로 우리가 안티의 우려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안티에 공격에 대응할 방안을 준비해둔다.
우리가 원하는 모든 일에 대해 모든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로는 점진적 발전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다.
지금까지 이 책의 3장까지의 내용을 살펴봤다. 나머지 부분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내용에 따라 준비한 메시지를 어떻게 구성하여 전달해야 설득력 있는 메시지가 전달되는지를 설명한다.
많은 사람이 설득력 있고 정확한 팩트를 설명하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꿀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복잡한 과정에 따라 그들이 우리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타인을 설득하는 과정은 그들을 친구로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우리 자신을 못 마땅하게 여기고 우리 제품을 불신한다면 당연히 우리 제품을 사주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같은 말을 하더라도 전혀 모르는 남이 말할 때보다는 자기 친구가 하는 말에 더 신뢰를 느낀다. 따라서 이 책에서 설명하는 방법에 따라 그들과 친근한 관계를 형성하여 그들이 우리와 우리 제품에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설득의 기술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는 상대가 자신에게 신뢰를 느끼게 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에 더 가깝다. 상대가 자신에게 신뢰를 느끼면 설득도 당연히 이루어지므로 이 방법을 설득에서 써먹을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상대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자신을 싫어해서 힘들어지는 경험을 종종 한다. 이럴 때 이 책에서 설명하는 법칙을 이용하여 상대와 나 사이의 오해를 풀고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이 자신에게 신뢰를 갖게 하는 법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리 하틀리 카터의 책,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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