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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창작 글

아돌프 아이히만은 죽어야 했을까?

by 어쨌든 독서가 202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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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돌프 아이히만은 나치 독일의 친위대 장교 겸 실무 책임자이다. 최종 계급은 친위대 중령이다. 6백만 명 유대인 학살의 최고 책임자는 아돌프 히틀러였지만 아이히만이 대신 그 실무를 책임지고 집행하였다. 그는 독일의 패전 후, 아르헨티나로 도피했다가 1960년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에 의해 부에노스아리레스에서 체포되었고 사형 선고를 받았다.

  왜 아이히만은 죽어야 했을까? 그동안 아이히만에 의해 발생한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가 죽어 마땅한 인물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형벌의 목적은 범죄자를 교화시키고 사회로 돌려보내서 나라의 새로운 일꾼으로 활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지 단순히 범죄자를 응징하는 데 있지 않다. 아이히만도 사형하기보다는 재교육해서 사회로 돌려보냈어야 했다. 만약 아이히만이 미치광이 살인마라서 그를 재교육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 현실적으로 재교육시키는 게 불가능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사형을 집행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히만은 그가 저지른 끔찍한 사건에 비해 실제로는 전혀 미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성실한 공무원에 더 가까웠다. 아이히만은 재판 당시 "저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공무원일 뿐입니다."라고 증언했다. 즉, 그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상관의 지시를 따른 것이다. 따라서 그를 죽이는 것보다는 약간의 재교육을 해서 사회로 돌려보내는 게 훨씬 더 나았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예는 '학교 선생님'이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있다시피 현 교육 시스템에는 문제가 많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들은 현 교육 시스템에 따라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 이유는 그들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성실한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 우리나라의 교육 체계가 싫었다. 이것을 왜 배우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교과서의 내용을 많이 암기하기만 하면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런 공부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또 학원을 많이 다닐수록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돈이 없어서 학원에 못 다니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은 좋은 성적을 받는 아이들만 예뻐했다. 또 이런 공부는 집에서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서 20분 정도만 공부해도 될 텐데 굳이 학교에 나와서 몇 시간씩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했던 것은 학교 선생님이 그리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 선생님들 중에는 좋은 사람도 많았다. 항상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었고,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는 이런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한탄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그런데도 선생님들이 자기가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이유는 그들이 '성실한 공무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님들은 현 교육 체계와 상사의 명령에 거부할 권한이 없다. 그들은 그저 자기가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할 뿐이다.

  선생님은 현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충실히 자기 의무를 수행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히만은 자기 의무를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다. 따라서 아이히만은 미치광이 살인마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성실한 공무원에 불과하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이런 사람을 재교육시켜서 새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히만이 사형당한 것은 그가 저지른 악행 때문에 그를 응징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히만에게 죄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가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형벌의 목적은 범죄자를 응징하는 게 아니라 교화시켜서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히만은 사형당하는 게 아니라 재교육받아서 사회로 돌아가야 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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