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대부분의 경찰은 불심검문이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단언한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른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수상해 보이는 사람을 불심검문을 하면 지나칠 수도 있었던 범죄자를 체포하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2002년부터 불심검문 횟수가 꾸준히 증가해왔고, 실제로도 범죄율이 감소하는 효과를 보았다. 그런데 2013년 8월, 연방 지방법원의 '시라 샤인들린' 판사는 불심검문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판사는 경찰들이 거의 습관적으로 백인보다는 흑인을 더 많이 검문하다 보니 흑인이 체포될 가능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서 불심검문이 인종차별이라는 판결을 받게 되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전 세계의 많은 경찰은 범죄를 예방한다는 명목을 불심검문을 한다. 특히 미국은 불심검문이라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왔다. 2002년 당시 뉴욕 시장이었던 '마이클 블룸버그'가 범죄 예방을 명목으로 시행한 불심검문 정책은 많은 사람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 후 10년간 불심검문 횟수는 600%나 증가했고 거의 70만 건에 육박했다. 이로 인해 뉴욕 시의 범죄율은 급감했다. 뉴욕시에서 1990년에는 2245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지만 2011년에는 515건으로 대폭 감소했고, 2014년에는 400건 이하로 떨어졌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피검문자들 중 대다수는 젊은 흑인 남성이었다는 점이다.
피검문자 중 약 85%는 젊은 흑인이나 라틴계 남성이었다. 그중 강력 범죄와 연루되어 있던 피검문자는 겨우 0.1%에 불과했다. 또한 불심검문 정책을 시행한 이후로 예전 같으면 단속되지 않았을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검거되는 경우가 많았다. 피검문자 중 일부는 이에 대해 화를 냈고, 그중 대다수는 체포불응 혐의로 기소됐다. 뉴욕 시민자유연맹의 데이터에 따르면 흑인 남성은 백인 남성에 비해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6배 높았고,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은 무려 21배나 높았다.
2013년 8월 연방 지방법원의 '시라 샤인들린' 판사는 불심검문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을 내렸다. 샤인들린 판사는 경찰들이 거의 습관적으로 백인이 아닌 사람을 더 많이 불심검문하다 보니, 백인이었다면 검문당하지 않았을 사안으로 인해 흑인과 히스패닉계 사람들을 검문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불심검문이 국민에 대한 국가의 불합리한 수색과 체포를 금지하는 미국 수정 헌법 제4조를 위반할 뿐 아니라 수정 헌법 제14조가 보장하는 평등 보호 조항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찰들은 순찰 중에 사용하는 신체 부착 카메라의 사용을 늘리고, 기존 관행을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신체 부착 카메라는 사후에라도 불심검문의 정당성을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심검문이라는 제도는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다. 미국 경찰들도 의도적으로 백인보다 흑인을 더 많이 불심검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이 무의식 중에 남아 있다 보니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사고들로 인해 흑인은 살아가면서 백인에 비해 더 많은 피해를 볼뿐만 아니라 미국인 중에는 흑인은 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고 인종차별이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미국의 사례만 살펴봤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죄수는 여성보다는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경찰이 무의식적으로 여성보다는 남성을 불심검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성차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일 수 있다. 이런 사고를 보면 인간은 항상 실수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고, 작은 실수가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항상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사건이 보이면 그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캐시 오닐의 책 <대량살상수학무기>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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