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쨌든 책

망각은 나를 인간답게 만든다 : 기억의 뇌과학(리사 제노바) 서평

by 어쨌든 독서가 2023. 4. 4.
반응형

  위 그림 중에서 어느 것이 진짜 애플 로고일까?

  정답은 없다. 이 중 어느 것도 애플 로고가 아니다.

  요즘은 애플 제품을 쓰는 사람도 많고,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애플 로고를 본 적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뇌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쉽게 망각해서 이렇게 간단한 퀴즈조차 틀려버리고 만다.

  요즘 나는 인간의 두뇌에 대해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다. 최근 뛰어난 성능의 인공지능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면서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고 생각되어 왔던 영역들까지도 하나둘씩 인공지능에게 정렴 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의 뇌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이다.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컴퓨터인지라 인간보다 암기력이나 연산 속도가 월등히 뛰어나고, 전기만 있으면 24시간 쉬지 않고 일할 수도 있고, 월급도 전혀 필요 없다. 그에 비해 인간은 이런 간단한 퀴즈조차 틀릴 정도로 형편없는 기억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책, <기억의 뇌과학>을 읽는다면 오히려 이런 망각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리사 제노바의 책 <기억의 뇌과학>은 인간의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기억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기억과 관련된 신경질환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뇌가 가진 가장 거슬리는 특징은 '망각'이다. 망각이란 뇌가 적극적으로 기억을 지우거나 숨기는 과정으로 이는 나이를 먹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하지만 <기억의 뇌과학>에서는 망각이란 뇌가 작동하는 효율적인 방식 중 하나이기도 하고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요소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매 순간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을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에 노출되지만 그것들을 전부 받아들이기에는 뇌의 용량이 턱 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뇌는 현재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나 생각에 따라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정보 외에는 전부 망각해 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거실에 왜 나왔는지 등을 까먹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있기에 우리는 세상을 각자의 관점에 따라 개성적이고 창의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뇌의 특징은 우리를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그러니 끊임없이 망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는 말자. 망각은 우리를 창의적으로 만들고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 글도 한 번 읽어보세요

 

신경과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간 교과서 : 해마가 없었던 남자, 헨리 몰래슨

인간의 뇌에는 바다에 사는 해마를 닮은 기관이 뇌 한가운데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해마는 기억을 하나로 묶어 기억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해마는 뇌의 여러 부위에 흩어져 있는 모

seo-min.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