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믿어왔다. 모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보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자기 이익을 챙기는 대만 관심이 있다고 믿어왔다. 찰스 다윈은 자연선택설을 통해 모든 생명체는 자기 생존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생존 경쟁을 벌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본주의는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전제 아래 만들어졌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공산주의가 이런 사람들의 이기심을 무시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은 오늘날까지 이어져서 많은 사람은 모든 사람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만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번에 소개할 책, <휴먼카인드>는 이런 주장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책이다. <휴먼카인드>의 내용에 따르면 인간의 본성은 생각보다 훨씬 선하다. 다만 잘못된 사회 시스템에 의해 인간의 악한 면이 부각되었을 뿐이다.
주변을 조금만 둘려봐도 세상에는 선한 사람들도 꽤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은 낯선 곳에 자기 물건을 두고 왔을 때, 분명 누군가가 그 물건을 주워 갔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장소로 돌아와 보면 아무도 그 물건을 주워가지 않았거나, 분실물 보관소에 맡겨놓은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이 들어올 때 문을 잡아주는 사람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자기 손에 닿지 않는 물건을 집어달라고 부탁했을 때, 요금을 청구하는 사람은 없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인간의 본성이 악하기보다는 선하다는 증거가 널려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을 악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이유는 인간의 악한 면과 부각하는 '잘못된 사회 시스템'때문이다.
선사시대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평화롭고, 평등했다. 그러나 문명이 건설되기 시작되면서 대규모 집단생활이 시작됐고, 집단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불평등'과 '차별'이 발생했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안전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뉴스' 때문이다. 뉴스에는 항상 극단적이고 끔찍한 사건들만 보도된다. 그런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그만큼 세상에 악한 사람이 많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인간이 비관적인 뉴스에 취약한 것은 '부정 편향'과 '가용성 편향'때문이다. 인간은 긍정적인 소식보다 부정적인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것을 부정 편향이라 부른다. 인간은 어떤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으면 상대적으로 그런 일이 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을 가용성 편향이라고 부른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책 <휴먼카인드>는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우리의 오랜 편견을 깨부수는 책이다. 원시 인류가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그들이 선했기 때문이다. 원시 인류는 집단생활을 하면서 서로에게 유익한 정보를 공유한 덕분에 다 같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태생적으로 불평등에 알레르기가 있었다. 결정은 집단의 권한이며, 구성원 모두가 발언권을 갖고 오랜 시간 동안 숙고한 끝에 내려졌다. 너무 오만하거나 탐욕을 부리는 사람들은 추방될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문명이 건설되기 시작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농업이 시작되고, 문명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도자라는 개념이 생겨났고, 불평등과 차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 인간의 가장 악한 면만 골라서 보도하는 뉴스도 우리가 인간의 선한 면을 보지 못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책 <휴먼카인드>는 우리가 인간은 악하다는 편견을 갖게 된 이유와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는 법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이제부터 책 <휴먼카인드>의 내용 중 일부만 살펴보자.
모든 문제의 발단, 문명
원시 인류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그들의 '선한 본성' 덕분이었다. 원시 인류는 의사소통을 통해 서로에게 유익한 정보를 공유했고, 그 결과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었지만 멸종해버린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뇌의 크기가 컸다. 그러나 그들이 멸종한 이유는 네안데르탈인은 개개인으로서는 똑똑했지만 집단으로서는 똑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큰 집단을 이루며 모여 살았고, 집단들 간의 교류와 의사소통도 잦았다. 인간의 섬세한 표정 변화는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특징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런 특징 덕분에 서로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눈에 흰자위를 갖고 있다. 그 덕분에 다른 사람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눈썹 뼈는 다른 종들에 비해 낮다. 돌출된 눈썹 뼈는 의사소통에 장애가 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호모 사피엔스는 개개인은 똑똑하지 못했지만 효과적인 교류와 의사소통을 통해 서로에게 유익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고, 집단으로서는 똑똑할 수 있었다. 반대로 네안데르탈인은 개개인은 똑똑하지만 집단으로서는 똑똑하지 못했기 때문에 멸종해버린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만 갑작스럽게 일어난 문명은 이 모든 상황을 뒤집어버렸다. 우리 조상은 태생적으로 불평등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원시 인류는 집단생활을 하면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구성원 모두가 발언권을 갖고 오랜 시간 숙고했다. 너무 오만하거나 탐욕을 부리는 사람은 추방될 수 있었다. 원시시대에는 남성과 여성의 지위가 어느 정도 동등했다. 원시 사회의 남성은 오늘날의 아버지들보다 아이들과 더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문명이 건설되면서 '지도자'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지도자 없이는 큰 집단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은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낯선 사람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정착 생활은 특히 여성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 중세시대에 아들들은 땅과 가축을 돌보라는 아버지의 계획을 받아들여야 했으며, 이는 가족 농장을 위해 신부를 사 와야 함을 의미했다. 그래서 수 세기 동안 결혼 적령기의 딸들은 소나 양 같은 물물교환 용 상품 수준으로 취급됐다.
최근에는 뉴스가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인은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건강하며, 안전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실감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매일 보는 뉴스는 인간의 가장 악한 면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사건들을 보도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런 비관적인 뉴스에 취약한 건 '부정 편향'과 '가용성 편향'때문이다.
부정 편향이란 긍정적인 소식보다 부정적인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습성을 말한다. 이는 원시 인류에게는 매우 유용한 습성이었다. 사냥과 채집을 하던 시절에는 맹수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 보일 때마다 겁을 먹어 도망가는 편이 드물게 무서워하는 편보다 훨씬 나았다. 너무 자주 겁을 먹으면 헛수고를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드물게 무서워하면 맹수에게 잡아 먹힐 수 있다. 그러나 현대에는 맹수에게 쫓길 위험이 없다. 그런데도 현대인은 원시인의 습성을 그대로 갖고 있어서 긍정적인 소식보다 부정적인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가용성 편향이란 어떤 대상을 쉽게 떠올릴 수 있으면 그것이 흔하다고 생각하는 습성이다. 우리는 매일 뉴스를 통해 끔찍한 소식들을 접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거나 목격할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용성 편향 때문에 그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편견을 갖게 된 것이다.
선한 본성의 오작동
공감은 우리로 하여금 덜 용서하게 만든다. 공감은 선한 행동을 하도록 동기 부여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피해자와 더 많이 동일시할수록 적에 대해 더 일반화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쟁의 희생자들은 대부분 원격으로 제거되었다. 많은 군인들은 눈앞에 적이 보이면 선한 본성이 작동해서 과감히 죽이지 못한다. 하지만 최신 무기는 적들을 원격으로 손쉽게 제거할 수 있게 도와 그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적을 몰살시키도록 돕고 있다. 눈앞의 적을 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자기가 사람을 죽이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신 무기를 이용해 원격으로 제거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이때는 사람이 죽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레이더 상에 표시되는 빨간 점이 사라지는 모습만 보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타인에게 무감각해지게 만드는 마취제처럼 작용한다. 권력을 가졌다는 느낌은 공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정신적 과정인 '미러링'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권력은 타인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그들에게는 감독과 감시, 관리와 규제, 검열과 같은 명령이 필요하다고 여기게 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자기가 우월하다고 느끼기 쉽다. 사람들을 어리석은 것처럼 대하면 그들도 스스로를 어리석다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통치자들은 다음과 같이 추론하기 쉽다. '대중은 너무 멍청해서 스스로 생각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비전과 통찰력을 가진 내가 책임을 맡아야 해.'
권력을 가지면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자신이 보기에 비합리적이거나 짜증 나는 사람은 무시하거나 제재하거나 가두는 식으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필요가 없으므로 매우 편협한 시각을 갖기 쉽다.
삶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
책 <휴먼카인드>에서는 우리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열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는 그중 세 가지만 알아보자.
첫째, 의심이 드는 경우 최선을 상정하라. 누군가를 신뢰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자신이 옳은지 여부를 알 수 없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믿고 맡겨봐야 피드백을 받고 그 사람의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상대방을 믿지 않기로 결정하면 피드백을 받을 수 없고, 실제 상대방의 품성과는 관계없이 다른 사람에 대한 불신을 키워가게 될 것이다. 단, 가끔 속임수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종종 있다. 최선의 상황을 상정하더라도 종종 마주치게 되는 비도덕적인 사람의 영향도 피할 수 없다.
둘째, 공감을 누그러뜨리고 연민을 훈련하라. 공감보다는 연민이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유용한 도구인 경우가 많다. 공감은 우리를 기진맥진하게 만든다. 공감하며 그들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느끼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 분노, 슬픔, 고통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민을 훈련하는 게 좋다. 연민은 우리의 에너지를 악화시키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오히려 연민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입한다. 연민을 훈련하려면 그들의 입장이 되어 상상하지 말고, 따뜻함과 배려, 보살핌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셋째, 뉴스를 멀리하라. 뉴스를 통해 부정적인 소식을 자주 접하다 보면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 쉽다. 뉴스의 열렬한 추종자들 중에는 절망의 늪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세상에는 이렇게나 악한 사람이 많은데 세금을 납부하고,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소셜미디어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긍정적인 소식보다 부정적인 소식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소셜미디어도 인간이 지닌 최악의 특성을 증폭해서 보여주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뉴스나 소셜 미디어에 빠지면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갖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믿어왔다. 이런 전통이 현대에까지 이어져 내려와서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현대인은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쉽게 믿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세상에는 악한 사람보다는 선한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낯선 곳에 자기 물건을 두고 왔을 때, 누군가가 그 물건을 가져갔을 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장소에 다시 가보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거나, 누군가가 분실물 보관소에 맡겨놓은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이 들어올 때, 문을 잡아주는 사람은 흔하게 볼 수 있다. 멀리 있는 물건을 집어 달라고 부탁받았을 때, 이에 대한 요금을 청구하는 사람은 없다. <휴먼카인드>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우리의 생각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본성을 생각보다 훨씬 선하다. 다만 잘못된 사회 시스템에 의해 인간의 선한 본성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원시 인류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그들의 선한 본성 덕분이었다. 원시 인류는 자기가 알고 있는 유용한 지식을 다른 사람과 공유했고, 집단 간의 교류도 활발히 한 덕분에 다 같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태생적으로 불평등에 알레르기가 있었다. 그들은 집단생활을 하면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숙고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 너무 오만하거나 탐욕을 부리는 사람들은 집단에서 추방되기 쉬웠다. 그러나 문명이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문명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도자와 위계질서가 생겨났고, 불평등과 차별이 발생했다. 또 인간의 가장 악한 면만 부각해서 보도하는 뉴스는 우리로 하여금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을 갖도록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을 갖게 된 것은 잘못된 사회 시스템으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책 <휴먼카인드>는 그동안 우리가 가져왔던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완전히 틀렸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는 인간의 본성은 얼마나 선한지, 우리가 어떻게 해서 인간의 본성을 악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가 관련된 사례와 함께 매우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또 우리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들도 알려줘서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의 내용에 관심 있었다면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책 <휴먼카인드>를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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