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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증 환자도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다! 뇌과학 연구가 밝힌 놀라운 사실

by 어쨌든 독서가 2023.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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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 모자를 쓴 뇌

  기억상실증이란 뇌의 손상이나 질병, 약물 사용, 심리적 충격 등으로 인해 과거의 일을 회상하거나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런 사람들은 과거에 배웠던 지식들도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할 테니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도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연구해 본 결과, 기억상실증 환자도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글에서는 기억상실증 환자가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이유와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행해져 왔던 뇌과학 연구들을 살펴볼 것이다.

 

 

1. 헨리 몰래슨에 대한 연구: 해마 손상과 운동 능력 학습

 

보행보조기를 사용하는 사람

  1960년대부터 시작된 연구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해마의 손상은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는 데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반면, 다른 형태의 학습은 거의 완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인물은 헨리 몰래슨을 연구한  '브랜드 밀너'와 '수잰 코킨'이었다.

  헨리 몰래슨은 해마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간질 증상을 겪고 있었고, 이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해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 결과 그의 간질 증상은 치료되었지만, 심각한 기억 상실증을 겪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다른 것들을 학습하는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정상이었다.

  코킨은 자신의 저서, <영원한 현재 HM>을 통해 1986년, 헨리 몰래슨이 고관절 치환술을 받은 후, 보행보조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가 새로운 운동 능력을 학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헨리 몰래슨은 과거의 경험을 의식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대부분의 운동 능력을 학습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능력이 유지되었다. 이것은 운동 능력이 의식적인 기억과는 별개로 학습되었기 때문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2. 좌우 반전된 단어 읽기 실험

 

카드에 적힌 글자를 읽고 있는 남자

  또 다른 실험을 통해 기억상실증 환자가 운동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정상인과 같은 수준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코헨'과 '스콰이어'는 기억상실증 환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세 개의 좌우 반전된 단어를 보여주고 이 단어를 읽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측정했다. 이들에게 사흘간 연습 시간을 주었고, 3개월 후, 이 능력이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그 결과 기억상실증 환자들도 좌우 반전된 글자를 읽는 법을 익히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능력이 점차 향상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기억상실증 환자가 운동 능력 외의 다른 능력도 일반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 헌팅턴병 환자에 대한 연구: 학습 능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기저핵이다

 

  헌팅턴병 환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는 능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해마'가 아니라 '기저핵'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헌팅턴병은 헌팅턴이라 불리는 단백질 구조에 돌연변이가 생겨 세포의 기능 장애와 조기 사멸로 나타나는 뇌 장애이다. 헌팅턴 단백질은 온몸에 존재하지만 특히 기저핵의 특정 뉴런들에서 자주 발견된다. 이 병은 두뇌의 대부분을 공격하지만 초기의 징후는 기저핵에서 나타난다.

  샌디에이고의 캘리포니아 대학의 '메리언 마튼'과 그녀의 동료들은 코헨과 스콰이어의 연구에 착안해 기억상실증 환자와 헌팅턴병 환자에게 좌우 반전된 글을 읽도록 시켰다. 그 결과, 두 집단은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좌우 반전된 글자를 읽는 능력을 학습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그것이 어떤 단어였는지는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반면 헌팅턴병 환자들은 자신이 읽은 글자를 기억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좌우 반전된 글자를 읽는 능력을 거의 학습하지 못했다. 즉, 학습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해마가 아니라 기저핵이었던 것이다.

 

 

 

  기억상실증 환자가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인간의 뇌가 단순한 기억 저장소가 아니라 다양한 영역과 기능으로 나누어진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관련된 연구를 계속하다 보면, 기억상실증 환자들에게도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교육과 치료의 길이 열릴 것이다.

 

 

 

 

위 글은 책, <습관의 알고리즘>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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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간 교과서 : 해마가 없었던 남자, 헨리 몰래슨

인간의 뇌에는 바다에 사는 해마를 닮은 기관이 뇌 한가운데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해마는 기억을 하나로 묶어 기억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해마는 뇌의 여러 부위에 흩어져 있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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