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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책

일의 언어, 이노베이션이 실패하는 이유

by 어쨌든 독서가 2022.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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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T기업 중 하나인 삼성. 그러나 30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가 삼성을 알아주지 못했다. 해외 매장에서 삼성 전자의 제품은 항상 찬밥 신세였고 한 구석에 처박혀 뽀얀 먼지를 쓰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랬던 삼성이 오늘날의 세계적인 대기업의 자리에 올라선 것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업적이다.

  이건희 회장은 이노베이션의 아이콘이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1993년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통해 휴대전화, 애니콜 15만 대를 불태웠고, 세계 시장과 기업들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기술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노베이션은 전 세계 대부분 회사에게 가장 중요하지만 어려운 도전과제일 것이다. 최근에 실시된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경영자의 84%는 이노베이션이 회사 성장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그들 중 94%는 현재 실적에 만족하지 못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는 정말 이상한 현상이다. 현대의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예전보다 훨씬 뛰어난 도구를 갖게 되었는데 왜 이노베이션은 이렇게 어려워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책 <일의 언어>에서는 회사가 축적하고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조직되지 못하고 이에 따라 어떤 아이디어가 성공할지에 대한 신뢰도 높은 예측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업이 자기의 필요를 충족해줄 만한 직원을 고용하듯이 고객은 그 회사의 제품이 자신의 필요를 충족해주기 때문에 그 제품을 '고용'한다. 그런데 고객이 왜 어떤 상황에서 돈을 지불하고 그 회사의 제품을 고용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그 회사의 데이터를 새로운 이노베이션을 일으키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책 <일의 언어>에서는 새로운 이노베이션을 창조하고 예측하는 인식의 틀로써 '할 일 이론'을 제시한다. 이 이론은 고객의 발전을 깊이 이해하며 고객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매번 만족스럽게 수행할 수 있도록 올바른 해결안과 관련 체험을 창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성공적인 이노베이션을 가져오는 인과관계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 '할 일 이론'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이론에서 실천으로 전환하여 실제 현장에서 할 일 이론을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서술한다. 3부에서는 해야 할 일에 집중할 때 발생하는 조직과 리더십 문제, 도전 과제, 긍정적 효과 등을 설명한다.

 

 

할 일 이론이란

  고객들은 단지 어떤 제품을 사들이는 게 아니라 제품을 고용하여 그들의 생활 속에서 어떤 구체적인 할 일을 수행하도록 요구한다.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게 아니라 발전을 이루기 위해 그것을 생활 속에 도입한다. 성공적인 이노베이션은 고객이 원하는 발전을 돕고, 갈등을 해결하고,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충족해준다. 회사는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무슨 일을 수행하려고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할 일을 발견하고 이해한 다음, 그 통찰을 하나의 멋진 청사진으로 바꿔놓는 것이다.

  할 일을 파악하려면 여러 통찰을 더 세밀한 조각으로 분해하는 게 아니라 그 통찰들을 하나의 일관성 있는 그림으로 종합하는 게 중요하다. 그 방법은 다음 다섯 단계로 나뉜다. 첫째는 저 사람은 어떤 발전을 이루려고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둘째는 그들이 겪는 갈등 상황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셋째는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넷째는 소비자는 어떤 보상적 행동을 통해 불완전한 해결안을 보완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다. 다섯 째는 사람들은 더 좋은 해결안의 질을 어떻게 정의하며 또 어떤 교환 조건을 기꺼이 받아들이는지 아는 것이다.

  할 일은 욕구와는 조금 다르다. 기존의 마케팅에서도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것을 충족해주는 제품을 만들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욕구는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포괄적이다. 예를 들어 먹고 싶다는 욕구는 언제나 진리에 가까운 선언이다.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해서 갑이라는 해결안 대신 을이라는 해결안을 선택하는 이유를 알 수는 없다. 식사 한 끼 정도를 거를 수도 있고 배가 고프지 않아서 식사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욕구는 고객에게는 중요하지만 일반적 특성 때문에 그 욕구를 해소하려는 이노베이터에게는 막연한 방향 제시에 그칠 뿐이다.

 

 

고용과 해고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헨리 포드는 "만약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면 그들은 조금 더 빠른 말과 마차라고 답했을 것"이라며 혁신은 단지 과거의 것을 개선하는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늘 그들이 원하는 걸 명확하게 말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다. 설령 말해줄 수 있다고 해도 그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고민거리는 들어볼 수 있다. 이런 고민을 통해 그들의 할 일을 직접 찾아내는 것이다. 그 방법은 '스토리보드 작성'이다. 그들의 고민거리를 들어보고 스토리보드를 작성하듯이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이다. 개별 인터뷰들은 몇 개의 범주로 분해할 게 아니라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어 거기에서 유사한 패턴을 발견해야 한다. 고객의 이야기를 파악했다면 서로 갈등하는 힘들과 할 일 맥락이 그 힘들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에는 큰 고용과 작은 고용이 존재한다.

  큰 고용이란 고객이 어떤 제품을 사들이는 순간이다. 많은 마케터는 이런 데이터만 추적한다. 하지만 그런 데이터가 실제로 고객이 해야 할 일을 충족시키는지는 반영하지 못한다.

  작은 고용이란 어떤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같은 제품을 다시 구매하는 것이다. 할 일을 파악하려면 이런 데이터에 주목해야 한다. 만약 그 제품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했다면 고객은 다시는 그 제품을 고용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들은 그 제품이 해야 할 일을 진정으로 해결해준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 제품을 반복해서 고용한 것이다.

  새것의 매력은 옛 것의 관성과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의 총합을 압도할 정도로 강력해야 한다. 고객은 새것의 필요성을 느껴도 현재의 습관과 새로운 것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불안 때문에 새로운 선택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상황의 힘이 충분히 강력하고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유혹하는 힘이 강한 경우, 고객은 변화에 저항하는 힘을 이기고 변화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빅데이터의 함정

  많은 기업은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말한다.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욕구나 할 일을 찾을 수 있고 이를 토대로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효과적으로 만들고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데이터를 해석하는 방식에 있어 많은 기업들이 흔히 저지르는 세 가지 오류가 있다.

  첫째는 능동적 데이터 대 수동적 데이터 오류이다.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중요한 것은 해야 할 일의 복잡성을 밝혀주는 수동적 데이터인데 많은 회사는 회사 운영과 관련된 능동적 데이터에 더 집중하는 오류를 범한다.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제품에 대한 데이터가 생겨난다. 얼마나 팔리고 수익은 어느 정도며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 등이 그 내용이다. 고객의 구매는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생성한다. 고객이 일반 소비자인지, 대규모인지 소규모인지, 부유한지 아닌지, 직접 판매 채널인지 간접 판매 채널인지, 현지인지 오지인지 등이 그 내용이다. 이런 식으로 얻어진 데이터가 능동적 데이터이다. 능동적 데이터는 추적하여 측정하기가 쉽다. 많은 관리자들은 이런 데이터를 직원들이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한다.

  수동적 데이터란 할 일의 해결안을 찾아내는 데 필요한 갈등의 맥락에 대한 정보이다. 그 자체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우리에게 말해주지 못하지만 관리자들은 그것을 찾아내고 단서들을 종합하고 지속적으로 '왜'라고 물음으로써 의미 있는 정보를 발견할 수 있다.

  둘째는 표면 성장의 오류이다. 많은 회사는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다른 업체가 만든 제품을 모방하거나 매수하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 성장을 표면 성장이라 부른다. 하지만 표면 성장만 반복하게 되면 당초 그들에게 성공을 안겨주었던 할 일에 대한 초점을 잃어버리게 된다. 또 많은 고객을 위해 많은 할 일을 하려 드는 것은 고객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서 엉뚱한 할 일을 위해 엉뚱한 제품을 고용하게 만든다. 그 결과, 고객은 그 제품에 대한 절망감을 느끼고 그것을 해고해 버린다.

  셋째는 데이터 조작의 오류이다. 데이터는 우리가 원하는 의견과 관점에 맞추어 자신을 적응시키는 짜증 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우리의 마음속에 서로 갈등하는 아이디어나 신념이 있으면 이 불일치가 스트레스와 불안을 만들어 무의식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하는 식으로 이를 해소하려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무제표 상의 매출, 비용, 이익을 나타내는 숫자들은 진정한 비용과 이이을 부정확하게 반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재무제표의 숫자들은 경상비를 배분하면서 측정, 협상, 토론, 판단 등의 과정을 거친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의 모든 데이터가 인간의 편견과 판단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에게 이노베이션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빅데이터가 발달하면서 기업은 과거의 어느 때보다 이노베이션을 이루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었지만 실제로 이노베이션을 이루는 기업은 극소수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회사가 축적하고 있는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어떤 아이디어가 성공할지에 대한 정확도 높은 예측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 <일의 언어>는 이런 사회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이노베이션을 위한 방법론으로 '할 일 이론'을 제시한다. 이노베이션을 이뤄야 하는 경영자나 이노베이션이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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