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생각보다 공평하다

  많은 사람은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부잣집에서 태어나는데 다른 사람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거의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일이 쉽게 풀리는데 다른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장애인으로 태어나 힘들게 살아가는데 다른 사람은 건강한 몸을 갖고 태어나 살아가면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린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인생에서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안 좋은 조건에 있는 것을 한탄하고 피해의식에 빠진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공평하다. 이는 학창 시절에 배운 간단한 확률 이론만 떠올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이다.

  학창 시절에 배운 확률 이론 하나를 떠올려보자. 동전을 던졌을 때 앞 면이 나올 확률과 뒷 면이 나올 확률은 반반이다. 이론적으로 동전을 두 번 던지면 앞 면 한 번, 뒷 면 한 번이 나와야 하고 열 번 던지면 앞 면 다섯 번, 뒷 면 다섯 번, 백 번을 던지면 앞 면 오십 번, 뒷 면 오십 번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동전을 두 번 던지면 어떤 사람은 앞면 한 번, 뒷면 한 번이 나오지만 다른 사람은 앞 면만 두 번, 혹은 뒷 면만 두 번 나온다. 열 번을 던져도 백 번을 던져도 앞 면과 뒷 면이 정확하게 50% 확률로 나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며 이런 행운의 동전을 던지며 살아간다. 동전의 앞 면을 행운, 뒷 면을 불행에 비유하면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확률은 좋은 일이 일어날 확률 50%, 안 좋은 일이 일어날 확률 50%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확하게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동전의 앞 면만 나와 승승장구하는데 다른 사람은 동전을 아무리 던져도 뒷 면만 나와 나쁜 일만 겪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동전을 수 천, 수 만 번 이상 많이 던지다 보면 어느 순간 동전을 던졌을 때 앞 면과 뒷 면이 나올 확률이 이론적 확률에 가까워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 순간 행운의 동전을 던지며 살아간다. 인생에서 행운의 동전을 던질 기회는 수없이 많다. 따라서 처음 열 번 정도는 다른 사람에 비해 불운을 많이 겪게 될 수는 있어도 동전을 계속해서 던지다 보면 모든 사람이 행운과 불운을 공평하게 겪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동전 던지기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가위, 바위, 보에서 이길 확률, 객관식 문제를 찍어서 맞출 확률, 우산을 안 갖고 나갔는데 운 좋게 비가 오지 않을 확률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 불운이나 행운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수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 확률 이론을 조금만 떠올려봐도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공평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사람일수록 인생이 공평하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확률적 사건은 수없이 반복하다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이 수학적 확률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어린 사람은 아직 살아온 날도 적고 행운의 동전을 던질 기회도 충분히 많이 갖지 못해서 자신이 겪은 일의 확률이 수학적 확률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분히 나이를 먹어서 행운의 동전을 충분히 많이 던지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사람에게 행운과 불운이 일어날 확률이 동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나이를 충분히 먹었는데도 여전히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안 좋은 일을 많이 겪는다며 한탄한다. 그 이유는 인간의 뇌가 갖고 있는 '부적 편향'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일보다 부정적인 일을 더 잘 기억하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자기 삶에서 이미 충분히 많은 좋은 일을 겪고 있는데도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종종 일어나는 나쁜 일에만 주목한다. 또 사람은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다.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말 못 할 아픔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기는 나쁜 일도 겪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이런 현상 때문에 나이를 충분히 먹은 사람 중에도 여전히 자기는 다른 사람보다 나쁜 일을 많이 겪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현재 인생이 힘들다고 생각될 때 내가 자주 써먹는 방법이 하나 있다. 현재 불운을 많이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다음에는 좋은 일이 일어나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모든 사람에게 행운과 불운이 일어날 확률은 동등하다. 하지만 인생의 짧은 순간만 포착해서 보면 안 좋은 일만 많이 겪는 순간도 있고 좋은 일만 많이 일어나는 순간도 있다. 지금 불운을 많이 겪고 있다는 것은 나중에 좋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날 것이라는 뜻이다. 이 모든 순간을 총합해서 생각해보면 인생은 공평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현재의 짧은 순간만 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는 그런 현상이 체감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인생에서 불운을 많이 겪고 있다고 생각되면 '나중에는 좋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나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현재의 불운은 미래의 행운을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며 덜 고통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이 너무 힘들다고 좌절하지 말자. 이를 언젠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징조로 받아들이면 좌절하지 않고 현재의 역경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