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믿는다. 혹은 원래는 선하거나 중립적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악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어서 자기 이익에만 관심 있고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보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중세시대 영국의 정치철학자이자 최초의 민주적 사회계약론자였던 토마스 홉스는 만약 국가와 법에 의해 사람들이 통제받지 못하면 모든 사람이 각자의 이기심에 따라 끝없이 싸우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될 것이라 경고했다. 현대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가장 크게 공헌한 체제 중 하나인 자본주의도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전제 하에 만들어졌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가 이기적으로 행동할 거라고 믿고 조금이라도 신뢰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무언가를 맡기지 못하는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 생각은 틀렸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생각보다 이기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어딘가에서 자기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기 물건을 주워 갔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물건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거나 누군가가 분실물 보관함이나 근처 경찰서에 맡겨놓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렇게 서로를 믿지 못하는 걸까? 나는 그 이유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도 많다. 다만 소수의 이기적인 사람들도 있을 뿐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신뢰해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별 일이 일어나지 않지만 가끔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기적인 사람의 수는 생각보다 훨씬 적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신뢰하면 손해를 보는 경우보다 이득을 얻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존재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생길 손해를 우려해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생각보다 이기적이지 않다.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은 매우 드물게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누군가를 신뢰하고 무언가를 맡겨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드물게 존재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가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신뢰하고 무언가를 맡겼을 때 손해보다는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지만 드물게 일어나는 손해와 실패를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믿고 다른 사람은 믿지 않는 성향이 있다. 특히 좋은 의도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거액의 돈을 뜯어내는 사기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다른 사람을 믿기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간의 본성은 생각보다 이기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어딘가에서 자기 물건을 잃어버려서 자기 물건이 바닥에 무방비 상태로 떨어져 있다고 해도 몇 시간에 후에 다시 찾으러 오면 그 자리에 물건이 그대로 있거나 누군가가 근처의 경찰서에 물건을 맡겨놓은 경우가 많다. 가끔 누군가가 물건을 주워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집 앞에 택배가 놓여 있어도 남의 택배를 가져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생각해보라. 바닥에 누군가의 물건이 놓여 있는데 그것을 보자마자 주워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마 많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중고장터에서 거래를 할 때 상대가 사기를 칠까 봐 크게 걱정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중고 거래를 하면서 좋은 물건을 싸게 산 적은 있어도 사기를 당한 적은 없다. 만약 사기를 치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다면 모든 중고거래 플랫폼은 사용자가 떠나서 오래전에 망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친구 사이에도 돈을 아무렇게나 빌려주지는 않는다. 이처럼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다른 사람을 믿고 무언가를 맡겨도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드물게 존재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가끔 손해를 보기도 할 뿐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손해를 보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믿는 게 더 이득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가끔 발생하는 손해를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믿지 않으면 이득도 못 보지만 손해도 볼 수 없다. 사람들은 손해를 감당하느니 이득도 손해도 보지 않는 편을 택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믿을 때 생기는 이득보다 손실에 집착하는 현상은 인간의 '손실회피성향'때문에 일어난다. 인간의 뇌는 자기에게 벌어진 이득보다 손실에 더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이득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가끔 일어나는 손실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식이다. 원시시대에는 이런 성향이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 만약 숲 속에서 맹수와 비슷한 것을 봤다고 착각하고 도망간다면 그것이 맹수가 아니었을 경우, 헛고생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숲 속에서 맹수처럼 생긴 것을 보고 도망가지 않는다면 그것이 맹수가 아니었을 경우에는 괜찮지만 그것이 진짜 멩수였을 경우에는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사건보다 부정적인 사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해왔다. 하지만 현대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현대사회에서는 맹수를 만나 죽게 될 일은 없다. 하지만 현대인의 뇌는 원시인의 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인은 여전히 이득보다는 손해에 집착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믿었을 때 이득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가끔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믿지 않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믿었을 때 손해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불안에 떨며 불편을 감수하는 게 훨씬 더 손해이다. 누군가를 많이 믿을수록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고 거래를 할 때 많은 사람은 상대가 사기를 칠까 봐 크게 걱정하지만 상대를 믿을 수 있다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고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크게 수상한 경우가 아니라면 중고 거래 중에 상대가 사기를 치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물론 다른 사람이 주워가지 않을 거라고 믿고 항상 자기 물건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을 믿음으로써 이런 불안과 불편을 느끼지 않고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더 잘 믿기 위한 방법은 '뉴스를 보지 않는 것'이다. 뉴스를 많이 보다 보면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 쉬워 타인을 믿기가 더 어려워진다. 뉴스를 보지 않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타인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뉴스 중에는 긍정적인 내용보다 부정적인 내용이 더 많다.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일보다 부정적인 일에 더 많이 집중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면서 뉴스에서 말하는 부정적인 사건 사고를 겪을 일은 많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살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더 많이 한다. 누군가가 자기가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줬다거나, 자기가 들어올 때 문을 잡아줬다거나, 자기 손에 닿지 않는 물건을 다른 사람이 대신 갖다 주는 등의 일은 일상적으로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일상에서 너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뉴스에서는 누군가가 사기를 쳐서 엄청난 금액의 돈을 갈취했다거나, 정치인이 공금을 횡령했다거나, 살인, 아동 성폭행과 같은 부정적인 소식을 접하기 쉽다. 그래서 뉴스를 많이 보다 보면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 쉽고, '인간의 본성은 악하구나.'라고 결론짓기 쉽다. 뉴스를 보지 않고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더 집중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세상에는 긍정적인 사건도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알고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가져 타인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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